2023.01.04 - [여행 리뷰] - 빠이(Pai)에서의 첫날
빠이(Pai)에서의 첫날
- 위치정보는 포스팅 하단에 기재 그동안 몇 차례 치앙마이를 여행하긴 했지만 항상 올드타운 근처에서만 시간을 보내다 돌아가곤 했다. 그마저도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는 고작 한, 두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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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체크인을 위해 남자주인에게 여권을 전해주었다.
그는 그동안 빼곡히 적어온 노트를 펼쳐 내 정보를 천천히 기입해 나갔다.
내가 예약한 숙소는 여성전용 4인 도미토리 1개와 혼성(Mixed) 6인 도미토리 1개
이렇게 두 가지 타입의 방을 운영하는 숙소였는데 가격차이가 크지 않았고
나는 조금 더 편히 지내고자 인원이 적은 여성도미토리를 예약하였다.
여권 복사까지 끝내고 나자 그는 나와 다른 한국 여성에게 함께 방을 안내하였다.
그러나 그는 나에게 작은 문제가 있으니 방을 보고 저쪽으로 가 잠시 얘길 나누자고 했다.
짧은 숙소 안내 후 다른 한국 여성은 침대를 배정받았으나,
나는 그와 함께 다시 바깥으로 나왔고 그는 나에게 오버부킹으로 예약한 방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아니, 이게 또 왠 날벼락?
나는 한 달 전 숙소를 예약했고, 성수기 오버부킹이 걱정돼 일주일 전에도 미리 연락을 했었다.
심지어 어제까지도 당신 아들이랑 연락했다고!
어제 갑자기 당신 아들이 나한테 라인 메시지를 보내서 숙박이 확실하냐 물었고
내가 묵지 않는다면 다른 고객에게 방을 준다길래,
오늘 출발 12시 30분 표를 샀고 확실히 갈 거라고까지 얘길 했는데 오버부킹이라니?
그랬더니 자기는 나랑 본인 아들이 한 얘기에 대해서 전혀 모른단다.
네가 내 아들과 무슨 얘길 했던, 나는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그리고 너는 저 방에서 잘 수가 없다고.
미안한 기색이 전혀 없는 그의 태도에 화가 났지만
화를 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결론이 뭐냐고 물었다.
그는 자신을 따라오라며 앞장서 걸었다.
따라오라길래 다른 방이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갑자기 맨발로 숙소(로 알고 있던 본채)를 나왔다.
그리고 작은 길을 가로질러 걸어가기 시작했다.
외부에 있는 화장실 겸 샤워실을 지나 작은 창고로 보이는 곳으로 나를 안내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2층침대 2개가 눈에 들어왔다.
방에는 서양여성 1명이 묵고 있었고 주인은 나와 그녀에게 서로를 간단히 소개했다.
그리고 바로 다시 방에서 나와 나를 조용한 구석으로 데려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 네가 원래 예약 한 방은 1박에 250밧이야, 만약 네가 여기서 묵는다고 하면 200밧에 여길 줄게 "
한국에서 미리 아고다를 통해 이 숙소를 예약했었는데,
사실 대략 50밧 정도 캐시백을 받기로 되어있어 나는 이러나저러나 지불할 금액이 비슷했다.
원래 예약한 방은 에어컨 룸이고 이 방은 팬룸이다.
그러나 다른 숙소를 알아보기엔 이미 지쳤고, 오늘은 이만 그만 쉬고 싶었다.
마치 엄청나게 괜찮은 제안을 하는 듯 한 그의 태도가 거슬렸지만
원래 예약한 방에 며칠 뒤 체크아웃 손님이 생기면 방을 옮기기로 하고 얘기를 마무리 지었다.
본채에 잠시 내려뒀던 짐을 챙겨 방으로 들어갔다.
4인용 도미토리였는데 현재는 아까 잠시 인사했던 1명의 서양여성만 묵고 있었다.
다시 한번 인사를 나눴다.
그녀는 미국에서 왔고 빠이에서 지낸 지 이미 몇 주째라고 했다.
왠지 혼자 편하게 지내고 있던 그녀의 공간을 내가 침해한 것만 같아
불편한 마음이 들어 쉬지 못하고 금방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해가 질 때까지 본채 마루에 있는 해먹에 멍하니 누워있었다.
사실 태국(치앙마이) 출국 며칠 전, 급하게 2가 백신 접종을 했는데
의외로 멀쩡하다 싶더니 출국 전날부터 간헐적 기침과 함께 코가 막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날이 갈수록 심해져 컨디션 난조를 겪고 있는 상태에서
오전에는 버스 탑승, 오후에는 숙소 체크인 문제를 겪고 최악이 되어버렸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여행에서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작은 문제들이었을 뿐인데
아마 몸이 좋지 않다 보니 멘털이 흔들렸던 것 같다.
그래도 몇 시간 누워서 푹 쉬고 나니 멘털도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고,
우선 건강부터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밥을 먹으러 밖으로 나섰다.
그래서 선택한 식당은 빠이에 방문한 한국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제임스 국수.
뭐니 뭐니 해도 체력보충에는 뜨끈한 고기국물에 밥 아닌가?!!!
입구에 있던 모든 직원에게 미리 준비한 사진을 보여주고 빈자리를 찾아 착석했다.
이미 가게는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절반 이상의 사람이 아직 음식을 받지 못했다.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니 이곳도 물과 얼음을 제공하길래
자연스럽게 합류해서 얼음물을 한 잔 떠왔다.
10분쯤 지났을까, 생각보다 주문한 메뉴가 빨리 나왔다.
커다란 뼈 세덩어리와 하얀 쌀밥 한 접시
듣던 대로 아주 푸짐한 양이다.
먼저 국물을 한 숟갈 떠먹어 보았다.
엄청나게 감동할만한 맛은 아니지만 이미 그대로 충분히 맛있다.
그냥 먹을까 잠시 생각했지만 내 입맛엔 단맛이 강하게 느껴져 식초에 절인 고추를 조금 넣었다.
절임고추를 넣고 업그레이드된 맛에 고춧가루도 추가로 넣었는데
오히려 절임고추만 넣는 게 나았다.
고춧가루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묵은냄새가 오히려 국물맛을 방해했다.
(혹시 식사하러 가실 분들은 식초에 절인 고추와 후춧가루 넣으시길 추천드립니다)
땀을 뻘뻘 흘려가며 한 그릇 뚝딱.
제대로 몸보신했다
가뿐해진 몸과 기분으로 자고 일어나면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것만 같다.
소화시킬 겸 빠이 워킹스트리트 입구를 살짝 돌고 숙소로 돌아가 씻고 잠을 청했다.
* 제임스 국수
2023.01.02 - [여행 리뷰] - 빠이(Pai)로 가는 길
빠이(Pai)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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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1 - [여행 리뷰] - [버스 예약방법] 치앙마이(Chiangmai)↔빠이(Pai)
[버스 예약방법] 치앙마이(Chiangmai)↔빠이(P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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