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리뷰/여행기록

빠이(Pai)에서의 셋째 날

by 한국-박씨유 2023. 1. 7.

 

<부제: 빠이 카페 Monko >

 

게으른 빠이(Pai)의 일상, 특별할 것 없는 이틀이 지나갔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해먹에 누워있는 나에게 한 마디씩 던진다.

 

" 넌 왜 안 나가니? "

" 여기 좀 가봐 "

" 저기도 괜찮아. 가 봐~ "

" 아직도 여기 계시네요?!! "

 

나는 괜찮은데 주변에서 성화다.

이 좋은 빠이에 와서 왜 숙소에만 누워 있냐고.

 

빠이는 게으른 자들의 도시 라고 하지 않았나?

나는 그저 실천을 하고 있었을 뿐인데.....

숙소주인도 나서서 한마디 거든다.

 

" 저쪽에 가면 한국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있다는데 뷰가 아주 예쁘고 커피도 괜찮대,

편하게 누워서 쉴 수도 있어서 손님이 아주 많다니까 한번 가보는 게 어때? "

 

" Okay "

 

짧게 대답하고 잔소리를 피해 방으로 도망갔다.

침대에 누워 주인이 말해준 카페 정보를 찾아보니 논밭뷰를 바라보며 쉴 수 있는  작은 카페다.

 

음... 마침 커피는 한 잔 마시고 싶었지만 귀찮아서 미루고 있던 중이었는데.

덕분에 추천도 받고 이 집, 저 집 찾아서 비교할 일도 줄었으니 잘 됐다, 여길 가자! 싶었다.

 

근데 나가려고 시계를 보니 하필 제일 더운 오후 1시...

지금 안 나가면 오늘도 하루종일 여기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바로 모자를 챙겨 쓰고 방을 나왔다.

숙소를 나서는데 뒤통수에 들려오는 주인장의 목소리

 

" 오, 드디어 나가니? "

 

" Yes! 거기 가서 커피 마시고 올게~ "

 

빠이 뱀부 브릿지

 

어제 봤던 그 뱀부 브리지를 지나 건너 동네로 넘어갔다.

빠이는 작은 도시라 대부분의 유명 카페와 식당끼리 도보 이동이 가능하고 신호도 잘 지켜지는 편이다.

물론 몇 군데의 명소는 꽤 멀기 때문에 투어상품을 이용하거나 오토바이를 빌려 이동하기도 한다.

(나도 이다음날은 투어사에서 오토바이를 빌려 관광포인트를 방문했다)

 

빠이 방갈로 숙소

 

다리를 건너 골목에 들어서자 많은 방갈로들이 보인다.

그런데 이 방갈로들이 또 어찌나 다들 이쁘게 생겼는지 걸어가는 발목을 잡는다.

각각의 숙소마다 비슷한 듯 다르게 생긴 방갈로들을 구경하느라 이곳에서 한참 시간을 소비했다.

 

 

숙소 앞에 이런 귀여운 녀석도 있었다.

열심히 물레방아를 돌리는 게 깜찍해서 동영상을 찍어 친구에게 보냈는데,

돌아온 답장에 순간 미안해졌다. 마음이 짠해지는 답장.

 

" 하루종일 반복해서 물레방아를 돌리는 모습이 꼭 사무실에 갇혀 앉아 일만 하는 나 같아..... "

 

그래, 내 이런 여유가 누군가에겐 사치이고 부러움이겠지.

다시 한번 깨닫고 조금 더 이 시간을 즐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무사다리에 의지해 일을 하고있던 전기기술자

 

다시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조금을 더 걷자 이내 논밭뷰가 펼쳐졌다.

 

 

아, 거의 도착했나 보네. 

개 짖는 소리도 크게 난다.

앞을 바라보니 제법 큰 놈 세 마리가 떼 지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경계를 하고 있다.

불현듯 아까 집주인이 한 말이 떠올랐다.

 

" 지난번에 왔던 한국여자손님, 그 카페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개에 물렸어.

갑자기 연락 와서는 사고가 났다길래 가봤더니 개에 세 군데나 물려서 피가 철철 나고 있지 뭐야 "

 

맞다.

태국에는 떠돌이 개가 많고 저녁이면 이 저녁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사람을 위협하는 경우가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 나는 큰 위협을 당한 적이 없지만 사고얘길 몇 번 듣고 나니 개를 마주하면 긴장된다.

조용히 침착하게, 나는 너희에게 관심이 없다는 듯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두고 지나쳐 갔다.

무사히 통과.

 

그렇게 개들을 지나 작은 오르막길을 걷고 있는데 저 멀리 동그란 창문을 가진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급하게 핸드폰을 꺼내 구글지도를 켜보니 숙소주인이 알려준 카페는 바로 코 앞에 있다.

 

그럼 저긴 뭐지??

지도를 확대했다가 축소했다가 이리저리 옮기고 사진을 둘러보다 보니 평점이 꽤 높은 카페다.

원래 가려던 곳 보다 더 멀리, 그리고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흠, 여기도 괜찮네?!

그렇게 구글맵을 검색해가며 원래 가려던 목적지에 도착, 들은 대로 분위기는 Lazy, Cozy 그 자체!

 

다들 바닥에 널브러져 누워있다. 세상 평화롭고 여유롭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이미 건물에 손님이 한가득이라, 들어간다 하더라도 나는 편히 쉴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바로 목적지 수정!

언덕 위에 보이는 저 동그란 창문을 가진 카페로 가자!

 

빠이 두자매 식당 (미얀마 레스토랑)

 

계속 걸음을 이어가자 빠이에서 유명한 두 자매 식당(Two sisters Restaurant)이 오른쪽에 보였다.

두자매 식당은 미얀마에서 건너온 주인 자매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가격은 다른 식당보다 조금 비싸지만 식사 후 내어주는 무료 과일 후식으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Two sisters Restaurant는 테이블이 많지 않은 작은 규모의 식당이었다.

동/서양인 가릴 것 없이 인기가 많은 식당이라고 하는데 소문대로 테이블은 만석이였다.

식당을 지나쳐 15분쯤 더 걸었을까?

 

빠이 카페 MONKO

 

입구를 가리키는 입간판이 나타났다.

카페 이름은 Monko, 입간판에 있는 사진에서부터 논밭뷰 카페임을 알리고 있다.

 

 

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이 길이 맞나...? 싶다.

 

 

내려갈수록 의심을 더 하게 만드는 View

정녕 이 길이 카페로 가는 길이 맞는 것인가?

의심하며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길 끝에 다다르자 이번에는 양계장이 반긴다. 닭들이 엄청나게 울어 재낀다.

되돌아가야 하나? 뒤를 잠시 돌아보았다.

다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으며 왼쪽으로으로 몸을 틀자 이내 카페가 보였다.

 

 

다행히 제대로 찾아왔다.

벌써 앞에는 사진 찍고 있는 사람들이 몇 있다.

멀리 저쪽에서는 한국말이 들리기도 했다.

우선 주문하러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 간 카페 안, 정면에는 카운터가 있었는데 사람이 없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 기다리고 있자니 카운터 뒤편에 있는 문쪽에서 말소리가 들리고

음료를 만들고 있는 건지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도 들린다.

 

 

메뉴를 골라놓고 작은 카페를 둘러보고 있자니 이내 직원이 나와 주문을 받는다.

시그니처 커피를 주문하자 계산을 마친 직원은 잠시 기다려달라며 다시 문 뒤편으로 사라졌다.

(시그니처 커피는 오렌지아메리카노 였는데 알고 보니 대부분 태국 카페에서 오렌지커피를 시그니처로 팔고 있다)

 

 

덕분에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편안하게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미리 본 사진처럼 푸릇푸릇한 멋은 없지만 액자처럼 담기는 뒷배경이 나름대로 멋졌다.

 

 

다른 각도로 봐도 예쁨.

날씨가 흐려서 오는 길도 많이 덥지 않았고, 고민 말고 나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밭뷰를 조금 더 확실하게 즐기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나갔다.

 

 

야외 자리에 착석해서 커피 인증샷을 찍고 있는데 저 아래쪽에도 자리가 보인다.

자세히 보니 그물망으로 만들어 놓은 공중에 떠있는 자리가 하나 비어있어 얼른 내려가보았다.

 

멀리 보이는 얇은 길이 이곳에 올라오기 위해 걸어올라온 길이다

 

제일 뷰가 좋아 보이는 정면은 이미 다른 외국인손님이 선점하고 있었고, 

양 사이드에 두 개의 그물망이 더 있었는데 왼쪽도 이미 커플손님이 누워있었다.

나는 비어있던 나머지 사이드석에 앉아 자리를 잡았다.

 

 

텅 비어 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속이 시원해지는 뷰. 이거야 말로 힐링뷰다.

모기나 개미 같은 벌레도 없었다.

그물망 밑으로 살랑살랑 들어오는 바람의 유혹에 이곳에 2시간 이상을 누워있었던 것 같다.

 

 

구석구석 예뻤던 카페.

초록초록한 계절에 오면 더욱 예쁜 모습을 즐길 수 있겠지.

카페를 돌아보며 그런 계절에 다시 한번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더 누워있고 싶었지만 해가 지면서 날씨가 쌀쌀해졌다.

아무래 태국이 따뜻한 나라라고 하지만 빠이는 북쪽에 위치해있고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하다.

아쉬운 마음으로 다음을 기약하며 빠이 워킹스트릿으로 돌아왔다.

 

항상 손님이 많던 BBQ 가게

 

빠이 야시장을 가로질러 가야 숙소에 갈 수 있다.

워킹스트리스에서 숙소를 향해 걷고 있는데 손님이 가득한 가게를 발견했다.

전 날에도 눈여겨봤던 곳인데 제법 손님이 많은 걸 보니 맛이 괜찮나 보다.

주문한 음식을 받아 들고 돌아가는 손님이 빠진 자리에 재빨리 들어가 메뉴를 살펴보았다.

한국인에게 너무도 익숙한 삼겹살과 목살 그리고 곱창까지.

군침이 돌았다.

맥주가 간절했다.

(컨디션 난조로 태국에 입국 한 이후부터 빠이 삼일차인 이때까지 약 일주일 동안 술을 마시지 않았다)

 

 

결국 참지 못 하고 삼겹살과 곱창을 주문했고 창(태국 맥주 chang)까지 한 병 사 숙소로 돌아왔다.

고기는 부위에 따라 50밧부터 70밧까지 다양했는데 목살은 다른 부위보다 조금 저렴했고

삼겹살은 60밧, 곱창은 70밧으로 나는 총 130밧을 지출했다.

점포에서는 고기와 함께 다양한 야채도 넉넉하게 포장해 주었다.

소스도 두 가지를 넣어주었는데 내가 곱창을 시켰기 때문인지 원래 두 가지를 주는 것 인지는 모르겠다.

 

삼겹살(이라고 쓰고 오겹살이라고 읽음)은 잡내 하나 없이 쫀득하고 부드러우면서 달콤했다.

맛은 마치 돼지갈비 소스를 입혀 구운 삼겹살의 맛.

곱창은 살짝 씁쓸한 맛이 나서 받아온 소스를 듬뿍 찍고 야채와 함께 먹었다.

다음에 다시 주문한다면 삼겹살과 목살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다시 가지 못 했다.

 

조금 늦게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 뷰 좋은 카페에서 여유롭게 시간도 보내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태국 맥주도 한 잔 했던 괜찮은 하루였다.

이 날 밖으로 나온 덕에 다음 날 힘내서 오토바이를 빌리고 나 혼자 셀프 원데이 투어 진행.

그 이야기는 이어서 계속.

 

 

 

* Monko in Pai [힐링 뷰, 빠이 논밭 카페]

 

 

 

2023.01.02 - [여행 리뷰/여행기록] - 빠이(Pai)로 가는 길

 

빠이(Pai)로 가는 길

치앙마이에서의 2박 3일을 마치고 드디어 빠이로 떠나는 날이다. 티켓은 전 날 저녁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을 해두었다. 예약 방법은 이 전 포스팅에서 확인 가능 *하단 링크 참조 내가 묵은 호스

bacxiu.tistory.com

 

2023.01.01 - [여행 리뷰/여행정보] - [버스 예약방법] 치앙마이(Chiangmai)↔빠이(Pai)

 

[버스 예약방법] 치앙마이(Chiangmai)↔빠이(Pai)

치앙마이 ↔ 빠이 구간 미니밴 티켓 예매 방법 AIVA booking을 이용해 아래 주소에서 예약할 수 있다. 아케이드 2에 위치한 부스에 방문하여 직접예약도 가능하나 이동비용이 소요됨으로 숙소가 가

bacxiu.tistory.com

 

'여행 리뷰 > 여행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빠이(Pai)에서의 넷째 날2  (0) 2023.02.08
빠이(Pai)에서의 넷째 날1  (0) 2023.02.07
빠이(Pai)에서의 둘째날  (0) 2023.01.06
빠이(Pai)에서의 첫날2  (1) 2023.01.05
빠이(Pai)에서의 첫날  (0) 2023.01.0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