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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리뷰/여행기록

빠이(Pai)에서의 둘째날

by 한국-박씨유 2023. 1. 6.

치앙마이를 떠나 빠이에서 맞은 첫 번째 밤.

밤새 기침하느라 잠을 푹 자지 못 한 채로 다음날을 맞이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함께 방을 쓰는 룸메이트가 한 명뿐이고,

그녀가 어제 외박했다는 사실이다.

 

원래 예약했던 방은 4명 정원 만실이었는데 기침을 하면서도

이 방으로 옮기게 된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침 일찍 눈 뜬 김에 따뜻한 커피를 한 잔 타서 마루로 나가보았다.

 

마루에는 해먹 두 개가 설치되어있고 작은 테이블과 의자도 하나씩 있는데

낮, 밤 상관없이 대부분의 시간에 항상 한두 명 이상의 사람이 그곳에서 쉬고 있다.

 

가장 인기가 좋은 파란색 해먹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벌써 나가서 아침식사에 동네 한 바퀴까지 돌고 와 쉬고 있던 애나.

홍콩에서 온 친구였는데 둘 다 숙소에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나중에는 가까워졌다.

서로 치앙마이 식당이나 숙소 정보도 주고받고 마사지샵 추천도 했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빠이 마사지샵에서 매일 하루 2시간씩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그녀가 추천해준 마사지샵을 몇 번 찾아갔으나 무슨 이유 때문인지 항상 문이 닫혀있었고,

결국 빠이에서 마사지는 받지 못하고 돌아왔다.

 

 

빠이의 숙소는 평화롭고 편안했다.

소음이라고 해봐야 고작 대문 앞 작은 도로에 돌아다니는 오토바이의 소음정도가 끝이었고,

그나마 제일 시끄러울 때는 유럽여성 3명이 함께 와서 묵다간 3일 정도였는데

그녀들도 대부분의 시간은 외출 중이라 저녁에 아주 잠깐 소란스러운 정도였다.

 

무더운 낮 시간에 해먹에 누워 그늘아래 숨어있노라면 그저 누워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예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누워서 버티고 버티다가 너무 배가 고파서 못 참겠을 때 몸을 세워 일어났다.

그리고는 돈가방과 핸드폰을 주섬주섬 챙겨 숙소 옆 식당으로 갔다.

 

 

빠이 숙소 근처 저렴한 밥집.

첫날 무난한 볶음밥을 먹었으니 다음날은 다른 메뉴에 도전을 해보았다.

수끼야끼(sukiyaki)인데, 국물에 당면도 들어있고 고기, 야채, 계란 없는 게 없다.

감기에 걸린 나에게 최적의 메뉴.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가 있으니 당연히 이걸로 픽!

 

 

돼지고기에서 약간 냄새가 나길래 식초에 절인 고추절임과 액젓에 절인 고추를 넣었다.

푸짐한 건더기를 칠리소스에 푹 찍어 한참을 열심히 먹고 있는데,

룸메이트 Omei가 맥주를 한 병 옆구리에 끼고 지나가다 나를 발견하고는 식당으로 들어와 말을 걸었다.

 

맞은편 자리에 앉아도 되냐길래 " Sure! 당연하지" 하고 대답했다.

이곳에서 그녀와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덕분에 조금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녀가 메뉴를 들여다보길래 이곳에 와본 적 있느냐고 묻자

가끔 이곳에서 쏨땀이나 오이샐러드를 먹는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래서 비건이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란다.

이런저런 얘길 나누며 한참을 메뉴판을 들여다보던 그녀,

내 식사가 끝나 갈 때 즈음 쏨땀 한 접시를 주문했다.

 

내가 식사속도가 늦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다 끝날 때쯤 주문하였으니 

아마 20분 이상은 족히 메뉴를 고민한 듯하다.

그래도 먼저 일어나기는 마음에 걸려 그녀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내가 느끼기엔 너무 밋밋했던 쏨땀을 맵다고 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먹던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그래도 알아보고 먼저 다가와준 게 고마워 나의 수끼야끼와 함께 그녀의 쏨땀까지 내가 계산했다.

그래봤자, 30밧.

오히려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게 민망해지는 금액.

적은 금액으로 서로 고마워하고 기분 좋아질 수 있어서 더욱 기뻤다.

밥을 먹고 나와서 외출할 줄 알았던 Omei는 집으로 함께 돌아왔다.

 

그리고 내가 마루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전 날 만난 헝가리 친구가 대화를 나누자,

처음에는 주변에 서서 멀뚱히 쳐다보더니 이내 가까운 해먹에 누워 대화에 살짝 꼈다.

긴 대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와 가까워지려는 시도를 해줌에 감사했다.

 

 

워킹스트릿을 걷다 보니 그 끝에 작은 뱀부브리지가 있었다.

사진의 강을 기준으로 워킹스트릿과 시내 쪽 숙소들이 있는 구역과, 방갈로 숙소 구역으로 나뉜다.

사진은 방갈로 숙소 구역에서 워킹스트릿 쪽을 바라본 방향.

나중에 빠이를 떠나기 전 날, 이 다리에서 별을 보고 많은 사진도 찍었다.

 

 

다시 워킹스트리트로 돌아와 걷다 보니 반가운 간식이 보였다.

태국 국민간식 카놈크록 이다.

코코넛 풀빵인데 위에 부추나 쪽파, 말린 해산물 등 여러 토핑을 올려 굽는다.

물론 아무것도 올리지 않고 굽는 버전도 있다.

베트남과 라오스에서도 다른 이름으로 같은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쌀쌀한 저녁 공기에 따끈한 풀빵을 지나칠 수 없어 한 접시 구매했다.

아는 맛이지만 더 맛있다!

이 코코넛 풀빵은 베트남에 비해 태국이 조금 더 크고 통통한 게 먹는 맛이 좋다.

대신 크기가 큰 만큼 뜨거운 게 더 오래가서 아주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

 

카놈크록을 처음 먹는 사람들은 얼마나 뜨거운지 모르고 먹었다가 쉽게 입을 덴다.

물론 나도 경험이 있다.

알고 먹어도 덴다.

 

20밧에 기분 좋은 달콤함과 최대의 만족감을 얻은 덕분에

워킹스트리트를 힘차게 한 바퀴 돌고 내일 먹을 메뉴까지 미리 찜한 다음 숙소로 복귀했다.

그리고 감기약을 먹은 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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